“로봇이 빨래를 하고, 차를 우리고, 심지어 공중 발차기까지 한다면?”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말 그대로 안방 침투를 선언했습니다.
올해 CES의 핵심 키워드는 단순한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 입니다. 화면 속 AI가 아니라, 직접 걷고, 들고, 움직이며 일을 하는 로봇이 전시장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빨래하고 차 내리는 로봇, ‘생활형 휴머노이드’의 등장
가장 많은 시선을 끈 건 중국 스타트업 유닉스AI의 휴머노이드 로봇 ‘완다(Wanda) 2.0 & 3.0’ 입니다. 완다는 사람처럼 걷고 손을 움직이며, 실제 가사노동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로봇입니다. CES 현장에서는 빨랫감을 분류해 세탁기를 돌리고, 차를 우리고 컵에 따르는 꽤나 섬세한 동작을 시연했습니다. 속도는 아직 느리지만 “로봇이 집안일을 대신한다”는 상상을 현실로 끌어오는 데는 충분했습니다. 가격은 약 5만~6만 달러(약 7천만~8천만 원대)로 아직은 고가이지만, 관람객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춤추고 서빙하는 로봇들, 그리고 ‘판다 로봇’
중국 로봇 기업 ‘애지봇(AGiBot)’은 한층 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음악에 맞춰 자연스러운 골반과 팔 움직임으로 칼군무를 선보였고, 판다 복장을 한 4족 로봇 ‘AGiBot D1 Pro’는 전시장 마스코트처럼 활보했습니다. 로봇은 이제 기계라기보다 보여주고, 즐기게 하는 존재로 진화 중입니다.
한국 기업의 반격: 아틀라스와 클로이드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도 분명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함께 개발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Atlas)’를 공개했습니다. 과거 유압식보다 훨씬 슬림해진 이 로봇은 최대 50kg 적재 및 영하 20도~영상 40도에서도 작동 가능한 내구성을 갖춰 가정은 물론 산업 현장 투입까지 염두에 둔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LG전자는 AI 홈로봇 ‘클로이드(CLOiD)’로 가정용 시장을 정조준 했습니다. 두 팔과 다섯 손가락, 바퀴형 하체를 결합한 클로이드는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제로 레이버 홈’을 최종 목표로 합니다.
공중 발차기까지… 기술은 이미 인간을 넘었다?
한편 CES 2026을 전후해 공개된 또 다른 영상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의 휴머노이드 ‘H2’는 공중 회전 발차기로 매달린 수박을 정확히 가격하고, 대형 샌드백을 걷어차 회전시킬 만큼 정교한 동작을 선보였습니다. 이런 무술 시연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닙니다. 균형 제어, 관절 토크, 반응 속도 등 휴머노이드의 기본기를 가장 직관적으로 증명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로봇의 다음 숙제는 ‘소통’
문제는 여기서부터 입니다. 로봇은 이제 걷고, 들고, 차고, 춤추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말과 의도를 이해하고, 맥락에 맞게 행동하는 능력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빨래를 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오늘은 수건부터 정리해줘”, “이건 손님용이니까 조심히 놔줘” 같은 사람의 지시를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일입니다. 화려한 발차기와 정교한 가사 시연은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출발점일 뿐, 진짜 관건은 인간과의 소통과 이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로봇 입양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CES 2026은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더 이상 실험실 속 기술이 아니라 가정과 산업 현장으로 들어오기 직전의 존재라는 것을요. 다만, 그들이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힘이나 동작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먼저 완성돼야 합니다. 그날이 오면, 정말 이런 대화가 가능해질지도 모릅니다. “여보, 로봇이 오늘 집안일 다 해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