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로봇의 물리적 거리, 얼마가 적당할까요?

자율 배달 로봇이 ‘가까이 올수록’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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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16, 2025
사람과 로봇의 물리적 거리, 얼마가 적당할까요?

로봇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부담스럽지 않을까?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는 우리의 직관과 조금 달랐습니다. 로봇은 멀리 있을 때보다, ‘적당히 가까이’ 다가올수록 사람에게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죠.

일본 토요하시 기술과학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로봇이 사람과 일정 거리 안으로 접근했을 때 참가자들의 심리적 안정감이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특히 짐이 무거울수록, 이 경향은 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가까이 오는 로봇이 ‘오히려’ 더 편안하다

연구팀은 로봇이 사람에게 접근해 멈추는 거리를 달리하며 참가자들의 반응을 관찰했습니다. 로봇이 가까이 다가올 경우, 사람들은 잠깐 멈추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등 신중한 행동을 보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주관적인 편안함 점수는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로봇이 멀찍이 떨어진 채 멈춰 있으면, “지금 받아도 되는 건가?”, “왜 저기서 멈춰 있지?” 같은 작은 의문과 불편함이 생겼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사람들이 로봇을 ‘위협적인 침범자’가 아니라, 업무를 도와주는 협력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가까이 와줄수록 “나를 도와주려는 의도”가 더 분명해진다는 것이죠.

짐이 무거울수록 “더 가까이 와줬으면”

두 번째 실험에서는 소포의 무게가 변수로 추가되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짐이 가벼울 때는 거리 차이에 따른 편안함 변화가 크지 않았지만, 짐이 무거울수록 로봇이 가까이 올 때 편안함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있을수록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빨리 받아가 줬으면”하는 기대를 하게 되고, 로봇의 근접 접근이 효율적이고 배려 있는 행동으로 인식된다는 설명입니다.

로봇 경험이 없어도, 사람의 반응은 비슷하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의 로봇 사용 경험을 비교했습니다. 로봇을 자주 접한 사람과 거의 처음인 사람 사이에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즉, 사람은 로봇에 익숙해져야만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 만나는 로봇 앞에서도 비슷한 심리적 기준으로 거리와 행동을 판단한다는 뜻입니다.

<장줄리앙의 종이세상> 전시회에서 해설사 역할을 하고 있는 브이디로보틱스의 도슨트로봇

로봇 설계에 주는 핵심 인사이트

이번 연구는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환경을 설계할 때 분명한 메시지를 줍니다.

  • 로봇은 너무 멀리서 기다리면 오히려 불편함을 준다

  • 특히 무거운 작업을 대산하는 로봇일수록 더 가까운 접근이 필요하다

  • 사람의 심리 반응은 로봇 경험 여부와 크게 무관하다.

연구팀은 앞으로 로봇의 외형, 크기, 소리, 속도 등도 사람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로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타임빌라스 수원에서 운영 중인 브이디로보틱스의 서빙로봇

그래서 브이디로보틱스는 로봇 동선을 이렇게 설계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실제 현장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브이디로보틱스는 서빙로봇과 청소로봇의 동선을 설계할 때, 단순히 “사람과 부딪히지 않게” 혹은 “이동이 가능한 경로”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이 로봇이 이 공간에서 사람에게 얼마나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가입니다.

이를 위해 업장과 사업장의 특성을 먼저 분석합니다.

  • 테이블 간격이 좁아 로봇 접근 거리 하나에도 체감이 크게 달라지는 소형 매장인지

  • 고객∙직원∙로봇의 이동량이 동시에 많은 대형 상업시설인지

  • 직원 동선이 집중되는 주방∙백오피스 중심 공간인지

이 조건에 따라 로봇이 어디까지는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하고, 어느 구간에서는 일부러 속도를 줄이거나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은지를 다르게 설정합니다.

같은 서빙로봇, 같은 청소로봇이라도 공간과 운영 방식이 다르면 사람에게 느껴지는 ‘적당한 거리’는 전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미세한 조정이 로봇을 불편한 기계가 아니라,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역할을 수행하는 업무 파트너로 만듭니다. 브이디로보틱스는 로봇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사람 사이에 로봇이 어떻게 스며들어야 하는지를 설계합니다.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운영 중인 브이디로보틱스의 청소로봇

사람과 로봇의 협업이 일상이 된 지금, 중요한 질문은 더 이상 “로봇이 가능한가?”가 아닙니다. “이 로봇은 이 공간에서 사람에게 얼마나 편안한가?” 그리고 그 편안함은 결국 로봇의 성능보다 어떻게 다가오고 어떻게 움직이느냐에서 결정됩니다. 로봇 동선과 운영 설계가 고민이라면, 당신의 공간에 맞는 ‘적당한 거리’부터 함께 고민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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