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친화 아파트 2.0

로봇이 ‘있는’ 집에서, 로봇을 ‘전제로 한’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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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0, 2026
로봇 친화 아파트 2.0

지난 글 <로봇이 일상을 바꾸는 로봇 친화 아파트 시대>에서는 로봇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배송이나 순찰처럼, 로봇이 실제로 주거 공간에서 역할을 맡기 시작한 사례들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다음 단계를 조금 더 생각해 보려 합니다. 로봇을 단지에 들이는 수준을 넘어, 로봇을 전제로 설계된 주거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존 환경에 로봇을 추가하는 단계(1.0)를 지나, 로봇이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도록 주거 환경 자체를 바꾸는 단계(2.0)를 다룹니다.

로봇 친화 아파트 1.0을 지나

지난 몇 년간의 로봇 친화 아파트는 대체로 기존 단지에 로봇을 덧붙이는 방식이었습니다. 배송 로봇을 도입하고, 순찰 로봇을 시험해 보고, 일부 서비스에 로봇을 연결하는 식이었죠. 이 접근은 “아파트에서 로봇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는 충분한 답이 됐습니다. 다만 “아파트가 로봇을 위해 바뀌어야 할까?”라는 질문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로봇은 여전히 추가된 존재에 가까웠습니다.

2.0의 핵심: 로봇을 기준으로 다시 보는 주거

로봇 친화 아파트 2.0의 핵심은 로봇을 사용자로 상정한다는 점입니다. 사람만을 기준으로 설계되던 공간을, 사람과 로봇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다시 바라보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변화들입니다. 로봇이 이동할 수 있는 단지 내 동선이 고려되고, 공동 현관이나 엘리베이터, 출입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연동됩니다. 로봇이 머물고 충전하고 대기할 수 있는 공간도 자연스럽게 포함됩니다. 또 로봇이 수행하는 역할을 전제로, 관리와 운영 방식 역시 함께 설계됩니다. 로봇을 하나의 서비스가 아니라 주거 인프라의 일부로 바라보는 접근에 가깝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시작된 2.0 실험

해외 일부 도시에서는 이미 로봇 친화 아파트 2.0에 가까운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주거 단지 내부 도로와 보행로를 설계할 때 로봇 이동까지 함께 고려하고, 배송 로봇이 단지 안을 상시 이동하는 구조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고령자 비중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로봇을 이동 보조나 생활 지원의 연장선에 배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사람의 이동과 로봇의 이동이 겹치지 않도록 공간을 분리하거나 완화하는 방식도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유럽 일부 도시에서는 관리 인력 부족을 전제로 로봇을 주거 서비스의 보조 인력으로 설정하고, 단지 운영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흐름도 보입니다.

국내에서의 2.0은 어떤 모습일까

국내 아파트는 구조가 비교적 표준화돼 있고, 단지 규모가 크며, 관리 시스템도 잘 정리돼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점은 로봇 친화 아파트 2.0으로 확장하기에 오히려 유리한 조건일 수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안전 문제나 책임 소재, 거주자 수용성 같은 현실적인 요소가 특히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2.0은 한 번에 완성되기보다는 조용히 스며드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로봇이 보이지 않아지는 순간

로봇 친화 아파트 2.0의 목표는 로봇이 많아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로봇이 눈에 띄지 않게 되는 상태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어색하지 않고, 단지를 오가는 로봇을 봐도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풍경. 그 정도가 되면 로봇은 기술이 아니라 주거 환경의 일부가 됩니다.

로봇 친화 아파트 1.0이 “아파트에서 로봇이 가능하다”는 증명이었다면, 2.0은 “아파트는 어디까지 바뀔 수 있을까”를 묻는 단계입니다. 로봇을 들일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는 이제 막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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